마리우스 프티파가 만든 이국적인 낭만발레 “라바야데르”는 인도 힌두사원의 무희“를 뜻하는 불어이다.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사랑), 야심있는 전사 솔로르 (야망), 왕국의 공주 감자티 (권력)의 삼각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현실에서 배신당한 니키아가 독살 당함으로써 사랑이 권력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러나 솔르르가 니키아의 영혼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니키아가 용서함으로써 사랑의 마지막 승자임을 이야기 하는 작품. 원초적으로 토속신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한국춤과는 달리, 발레에서의 종교적 색채는 작품 속에서 단지 하나의 배역 내지는 부분적 배경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통해 동양적인 색채와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뿜어내고 여기에 불교의 윤회사상까지 덧칠해 우리의 정서에서도 그리 벗어나지 않는 클래식 발레가 있는데, 바로 ‘라 바야데르’다.
‘사원의 무희’로 불리기도 하는 이 작품은 사냥터에서 돌아온 용맹스런 전사 솔라가 사랑하는 사원의 무희 니키야를 기다리는 장면(1막 1장)에서 시작된다. 평소 니키야를 사모하고 있던 최고승려 브라민은 니키야에게 접근하지만,두 사람의 사랑의 맹세에 질투로 불타올라 복수를 맹세한다.
이어지는 2장의 무대는 라쟈의 궁전. 성주 라쟈는 솔라를 성으로 초대해 딸 감자티를 소개하고 그를 사위로 삼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잠시 망설이던 솔라는 결국 감자티의 아름다움에 매혹돼 결혼을 승낙하고 만다.
제2막은 ‘부채춤’과 ‘앵무새춤’,황금빛으로 바디페인팅한 ‘황금신상의 춤’,우리네 시골 풍경을 연상케 하는 물동이춤 ‘마누’,남성전사들의 ‘북춤’ 등 독특한 발레의 향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솔라와 감자티의 약혼식이 펼쳐진다.
하지만 2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요염한 관능미를 맘껏 뽐내는 감자티와 솔라의 극적인 파닥숑(Pas D’action : 발레의 클라이맥스인 그랑파드되와 군무가 함께 어우러져 작품 전체의 주제를 압축해 보여주는 형식)이다.
향연이 끝나고 브라민은 니키야에게 축하의 춤을 추도록 명한다. 니키야는 슬픔을 삼키며 애절한 몸짓으로 독무를 춘다. 이때 솔라의 선물이라며 누군가 꽃바구니를 건네고,춤을 추던 니키야는 그 속에 숨어있던 독사에게 목을 물리고 만다.
브라민은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 것을 요구하며 해독제를 내밀지만 그녀는 솔라와 약속한 사랑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 마지막 3막은 망령들의 왕국. 니키야의 죽음을 괴로워하던 솔라는 마리화나를 피우고 환각상태에 빠져든다.
꿈속에서 아름다운 망령들이 내려오고 그는 니키야에 이끌려 미지의 세계로 인도된다. 솔라는 아직도 니키야를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하며 용서를 빈다. 이때 순결의 상징인 흰색 스카프를 마주잡고 두 사람이 춤을추는 장면은 이들의 영적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4명의 여성 군무가 이루어내는 독특한 앙상블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망령들의 왕국’은 프티파의 걸작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영혼세계의 시간이 영원함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