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나사렛시에서 북동쪽 즉 갈릴리호수쪽으로 8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카나(가나) 마을은 예수께서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며 첫 기적을 행한 ‘축복 받은 땅’이다. 카나에서 결혼잔치에 참석한 예수님은 어머니 마리아의 부탁을 받고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생애 첫 기적을 이뤘다.(요한복음 2장 1-11절)
나사렛에서 갈릴리 호수로 이동할 때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예수께서 첫 번째 기적을 행했다는 카나다.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예수께서 포도주가 바닥나자 물독에 들어 있는 물을 포도주로 바꿨다는 곳. 현장은 카나 결혼교회 지하에 보존돼 있다.
카나의 혼인 잔치, 13세기, 유리화, 캔터베리 대성당, 켄트, 영국
이 작품은 카나에서 있었던 혼인 잔치의 기적을 다룬 것이다. 오른쪽 가장자리에 앉아 계신 예수님께서는 손을 내밀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일으키고 계신다. 앞에는 시종들이 새 포도주를 퍼서 하객에게 전해주고 있다. 혼인 잔치는 장차 하느님 나라에서 이루어질 구원의 잔치를 상징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 잔치에 초대받았으며 참석 여부는 각자에게 달렸다.
카나의 혼인잔치, 1409년, 채색삽화, 국립 도서관, 파리, 프랑스
이 그림은 장드 베리의 일상 기도서를 장식하기 위해 그려진 여러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혼인 잔치의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가 식탁의 가운데 앉아있으며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는 하객으로 초대되었기 때문에 식탁의 끝 부분에 자리 잡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어머니 마리아의 요청으로 첫 번째 기적을 행하시며 하느님의 숨은 영광을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내셨다.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28-1588)가 그린 <카나의 혼인잔치>
이 그림은 요한복음 2장 1-11절을 소재로 그렸지만 다른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함이 있는데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사도들을 제외하면 당대에 유행하던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베로네세는 이것으로 예수님의 기적을 현재의 시간 속으로 옮겨놓고 있다.
이 그림에서 우리는 크게 세 가지 만남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의상으로 대변되는 과거와 현재의 만남, 상하의 구조로 대변되는 천상과 지상의 만남, 안과 밖의 대칭으로 대변되는 인간과 건물과의 만남이 그것이다.
그림의 정중앙인 예수님의 머리 위에서 일꾼들이 칼로 고기를 다듬고 있는데 마치 이 잔치가 미사성제처럼 예수님의 죽음으로 이루어지는 잔치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 그림의 절정은 예수님 앞에 그려진 악사들인데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그림의 삼각구도를 이루고 있다.
그들은 베로네세 자신을 비롯하여 베네치아의 거장들인 야코포 바사노, 야코포 틴토레토, 티치아노이다. 그는 왜 그들을 예수님보다도 더 크게 그분 앞에 그렸을까? 아마도 그는 이 혼인잔치의 주인공이 예수님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자신과 동료들이어야 함을 말하려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