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세계 193개국이 가입한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제10차 당사국 총회' 폐막일인 지난 2010년 10월 29일, 회원국들은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Nagoya Protocol)'를 채택했다.
나고야 의정서는 2011년 2월부터 1년 동안 서명기간을 거쳐 50개국 이상의 CBD 회원국이 유엔에 비준서를 내면 90일 뒤 정식 발효된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 유전자원이 국부(國富)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선진국 기업들은 그동안 개발도상국 등의 동물·식물·미생물 같은 생물 유전자원을 개발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로슈가 1996년 중국의 토착 향료식물인 '스타아니스(staranise)'란 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개발한 조류인플루엔자(AI) 치료제 '타미플루'가 대표적이다. 나고야 의정서에 담긴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다른 나라의 생물 유전자원을 채집·반출해 의약품이나 식량·신소재 등으로 상품화하려는 특정 국가나 기업은 유전자원 보유한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또 이익을 서로 나눠 갖도록 했다. 다만, 이미 유출된 유전자원에 대해서는 이런 이익 공유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나고야 의정서는 또 유전자원과 관련된 '전통 지식'도 보호 대상에 넣었다. 가령 전남 장수군 일대에선 "담이 결릴 때 천남성(장희빈이 마신 사약의 재료로 쓰인 독초)의 뿌리를 빻아 수제비로 만들어 먹으면 독성이 중화되면서 효험이 있다"는 말이 전해진다. 이런 전통 지식을 이용해 특정 외국 기업이 신약을 개발했을 경우 그 이익을 그 지역민과 공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생물 주권' 지키기 움직임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10만종인 국내 자생종(自生種) 가운데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7만여종 생물의 서식 실태 확보 사업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생물자원 개발에 따른 이익 공유 문제가 불거질 경우에 대비해 근거 자료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