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差)는 금문에서 좌(左)와 나머지 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좌(左)는 왼손을, 나머지 부분은 짚을 그렸다. 그래서 차(差)는 왼손으로 새끼 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왼손으로 꼬는 새끼는 오른손으로 하는 것에 비해 정확하지도 못하고 굵기가 가지런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이로부터 차(差)에는 ‘들쑥날쑥하다’나 ‘모자라다’는 뜻이 생겼다. 이것은 아마도 오른손이 긍정적 의미로 작용했던 것에 비해 고대 사회에서의 왼손에 대한 부정적 의식이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異)는 갑골문에서 가면을 쓴 얼굴을 한 사람의 정면 모습에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키고 있는 형상이다. 얼굴에 가면을 쓴 모습은 귀(鬼 : 귀신 귀, 가면을 쓴 사람의 모습)나 외(畏 : 두려워할 외, 가면을 쓴 사람이 창을 든 모습)에도 나타나 있는데, 옛날 역병이 돌면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얼굴에 무서운 형상의 가면을 썼던 것에서 유래한다.
커다랗게 만든 무서운 가면을 얼굴에 썼으니, 이는 분명 다른 사람과는 달리 보였고 그 모습은 특이(特異)했을 것이다. 이로부터 이(異)에 ‘다르다’나 ‘특별나다’는 뜻이 생겼다. 별(別)은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갑골문에서 骨(뼈 골)과 刀(칼 도)로 이루어져, 칼로 뼈를 발라내는 모습을 그렸다. 이로부터 ‘구분해 내다’는 뜻이 생겼고, 분리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이렇게 볼 때, 차이(差異)는 글자 그대로라면 모자라고(差) 이상하다(異)는 뜻이었으나 이(異)에는 특이(特異)에서처럼 다른 것과 달라 훌륭하다는 뜻까지 존재함을 볼 때 꼭 부정적인 의미만 담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별(差別)은 모자라는(差) 존재를 전체에서 발라내 구분한다. 별(別)은 수직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차별(差別)보다는 차이(差異)를 인정하는 사회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