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사회에서도 정월 보름날 나경(裸耕)이라 하여 벌거벗겨 국부를 노출시킨 건장한 장정으로 하여금 목우(木牛)를 몰아 땅을 갈게 하는 의식.
일제 때까지만도 관북 관동지방에서는 이 나경이라는 풍년제가 베풀어졌었는데 정월 대보름날 전야 수총각으로 하여금 토우(土牛)나 목우(木牛)로 밭을 갈게 하는데 토우는 짚으로 소처럼 만들어 붉은 흙칠을 한 인조 소요, 목우는 멍에를 끼워 두 사람으로 하여금 몰게 하는 인간 소로, 이때 소를 모는 수총각은 베 나부랭이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어야 했다.
성기가 가려지지 않은 채 대지에 가까울수록 생식력이 강해진다고 여긴 때문이다. 대보름날에 베풀었던 이 나경을 전야로 옮긴 것은 부녀자들이 몰려와 시시닥거리기 마련이라 부정탄다 하여 벌거숭이 하체가 보이지 않는 밤으로 옮겨 베푼 것이었다.
옛 우리 농촌에 마을 일을 보는 직책을 머리나이, 곧 수총각(首總角)이라 불렀는데 이 제사를 지내는 제주 명칭인 수총각을 그 제사가 사라진 후에도 마을 일 보는 직책명으로 보존해 내린 것이다.
풍년을 비는 데 성행위의 주술적 이용은 이밖에도 많았다. 고추나 감자 등 많은 결실을 바라는 작물을 모종할 때 다산한 여인의 품을 비싸게 주고 사서 대행시키는 것이며 무녀들로 하여금 속곳을 입지 않은 채 치마를 들추며 캉캉춤을 추게 하여 그 음풍(陰風)으로 비를 몰고 오게 하는 기우제도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