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 워프의 정식 이름은 ‘Isle of Dogs’ 곧 ‘개들의 섬’이다. 굽이쳐 흐르는 템즈 강이 그 세월을 더해가며 쌓아놓은 모래언덕이다. 한때 영국 국왕 헨리 4세가 자신의 사냥용 개들을 여기서 사육한 데서 ‘개들의 섬’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19세기 초까지 이곳은 런던을 드나드는 큰 선박들이 닻을 내리던 곳으로 런던에서도 가장 큰 물류창고들이 즐비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카나리 워프는 슬럼화되었고 어느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고장이었다.
하지만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센터로 급부상한 카나리 워프는 관광과 교육산업을 제치고 영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금융산업의 본거지로 발돋움했다. 과거 영국을 상징하던 굴뚝산업이 대부분 문을 닫은 영국경제에서 국가경쟁력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금융산업이다.
영국의 달력에 보면 ‘뱅크 할리데이’라는 게 있다. 은행이 쉬는 날은 국가 공식 공휴일이 된다. 그만큼 영국에서는 금융산업이 영국경제를 지탱하는 힘이고 그 중심에 카나리 워프가 있다. 카나리 워프 중심지에는 마치 좌청룡 우백호처럼 세계 최고의 금융그룹 ‘시티그룹’과 ‘HSBC’가 나란히 서 있다.
그 기운은 영국 런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 뻗는다. 말 그대로 세계의 은행이 되어 세계 금융의 흐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EU의 중앙은행은 프랑크푸루트에 있다. 하지만 카나리 워프가 세계의 금융 허브 역할로 급부상하자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할 정도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카나리 워프는 뉴욕도 이미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