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었던 항우도 개미 떼가 만든 글자에 천하 정복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진시황이 죽은 뒤 천하가 혼란에 빠지자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몇 년 동안 전쟁을 벌였다. 기원전 231년 항우는 해하에서 유방에게 패하자 오강(烏江)을 건너 강동에서 반격하려 했다.
그런데 오강을 건너려다 강 건너편 바위에 새겨진 까만색 글자를 발견했다. ‘항우가 오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다(項羽烏江自刎).’ 항우는 하늘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음을 비관하고 자결했다. 유방의 작전참모 장량이 꾸민 전술이었다.
그는 개미가 단 것을 좋아하는 습성을 알고 미리 바위에 꿀로 글자를 적어 놓았다. 장량은 작은 개미구멍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제궤의혈(堤潰蟻穴)’이란 말도 남겨 조그마한 허점도 조심하라고 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