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간 인도인의 생활 규율 역할을 해 온 제도다. 카스트제도는 약 3000년 전 아리안족이 인도를 정복한 후 다수를 지배하던 소수집단인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 동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스트(caste)란 영어 단어는 본래 포르투갈어인 ‘카스타(casta)’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인종, 혈연, 혹은 순수혈통(가문)을 의미한다. 인도에서 ‘색(色)’을 뜻하는 바르나(varna), 또는 ‘바르나슈라마 다르마(Varnashrama-dharma)’라고 부르는 사성(四姓)계급은 브라만(Brahman: 사제ㆍ성직자), 크샤트리아(Kshatriya: 귀족ㆍ무사), 바이샤(Vaisya: 상인ㆍ농민ㆍ지주), 수드라(Sudra: 소작농ㆍ하인) 네 가지로 분류된다.
고층 카스트는 하층 카스트보다 더 ‘순수’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카스트 간의 결혼금지, 사회적 · 개인적 접촉의 엄격한 금지, 직업적 동일성, 의식적 관행 등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이처럼 카스트는 피부색이나 직업에 따라 크게 승려계급인 브라만(brahman), 군인•통치계급인 크샤트리아(ksatriya), 농민, 상인계급인 바이샤(vaisya) 및 천민계급인 수드라(sudra)로 나누어져 있다. 이는 크게 나눈 것일 뿐 각 카스트에는 엄청나게 많은 하위 카스트(subcaste)가 존재하며 이 카스트제도의 최하위에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untouchable)이 존재한다.
힌두교에서 각 계급은 창조의 신인 브라마의 신체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브라만은 브라마의 머리에서, 크샤트리아는 브라마의 팔에서, 바이샤는 브라마의 허벅지에서, 수드라는 발끝에서 나와 그들의 위치와 해야 할 일들이 정해져 있다고 믿었다.
처음 카스트제도가 생겼을 때에는 그다지 엄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각 계급들은 점점 폐쇄적으로 변모하였고 각자 하는 일이 정해졌으며 각 카스트는 다른 카스트와의 결혼 불허 등 많은 금기를 가진 사회규범으로 굳어졌다.
특히 ‘불가촉천민’에 대한 차별과 폐해가 극심했는데 이들은 천민인 수드라에도 속하지 못한 계급으로 닿기만 해도 부정해진다는 의미로 이렇게 불린다. 이들은 카스트제도 밖의 구성원으로 인간보다 비천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오물 수거, 시체 처리, 가죽 가공, 세탁, 도기 제조 등의 일을 하였고 보이기만 해도 부정하다 하여 밤에만 돌아다닐 수 있었으며 신발을 신을 수도, 버스나 전철의 좌석에도 앉을 수 없었으며 사원의 출입도 불가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마하트마 간디를 포함한 많은 사회 개혁 운동가들은 이런 멸시를 받고 살아야 하는 불가촉천민에 대한 사회적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하였다. 이들은 불가촉천민들을 ‘신의 자식’이라는 뜻에서 하리잔(Harijan)으로 불렀고, 이들의 사원 출입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카스트 제도는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제헌 헌법을 통해 철폐되었다. 때문에 현재의 인도는 공식적으로는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이로 인해 하리잔 출신이 장관이 된 경우도 생겼다.
하지만 3000년에 달하는 카스트제도의 역사 때문에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카스트라는 관습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지를 못하고 있다. 차별은 여전하며 계급으로 인한 하층 카스트와 불가촉천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인도 정부는 1950년대부터 인위적으로라도 이들의 신분상승을 할 기회를 주기 위해 하층 카스트와 부족에 우대 정책을 펴고 있다.
이번에 역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하층 카스트에 대한 지원정책 역시 그 우대 정책의 일환인데, 최근 인도의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하층민 우대정책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접 상위 계급의 박탈감과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이런 역차별 때문에 자신들의 계급을 낮춰서라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싶다는 것이 이번 시위의 상황이고 이런 현상을 통해 현재 내세의 삶을 중요시 하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이들의 현생보다는 중요치 않아지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철폐된 지 거의 7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인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카스트제도. 현재의 인도는 카스트제도가 시장논리와 자본주의로 인해 사라져가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