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그램은 단어로 대상을 가리키고 그림으로 지시를 다시 반복하여 대상과 기호를 더욱 강하게 묶어주는 그림을 말한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문자는 그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오히려 부정하면서 칼리그램을 파괴한다.
'캘리그램'(Calligrammes)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기욤 아뽈리네르'이다. 아폴리네르는 1918년 출판된 그의 시집의 제목을 '서정 표의글자'와 '서정 표의글자 앨범'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라틴어로 calli는 접두사로서 미<美>의 뜻을 갖고 있으며, gramme은 접미사로 형태(글자)의 뜻을 갖고 있다. 여기서 캘리그램은 '아름다운 상형글자'라는 뜻의 합성어로 정했다.
결국 칼리그램은 글을 통한 '말하기'와 이미지를 통한 '보여주기'를 동시에 함으로써 전달하려는 의미를 보다 확실하게 드러내려는 시도를 말한다. 기욤 아폴리네르의 이미지 시가 '칼리그램'의 일종인데, '비가 오도다(Il pleut)'를 보면 굳이 불어를 모른다 해도 이미지만으로도 쉽게 그 의미가 전달이 된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되는 칼리그램도 있다. 가령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와 같은 작품인데 분명히 파이프를 그려놓고는 글로 파이프가 아니라고 표시를 한다.
때문에 이 칼리그램을 접하는 사람은 '파이프'를 의미하는 이미지와 '파이프가 아니'라고 말하는 텍스트 사이에서 길을 잃게 되는데 바로 이렇게 헤매는 순간이 중요한데 바로 현대의 수많은 예술 작품들이 탄생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