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음기법'은 열두 개의 반음으로 하나의 음열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작곡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조성과 무관할 수 있으며, 악곡을 통일시키는 선율적 근거도 얻을 수 있었다.
무조음악은 결국 12음음악에 이르는 하나의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12음기법은 좀더 '조직적'으로 무조음악을 만들어내는 작곡기법인 것이다. 즉 조성음악에 존재했던 으뜸음을 전혀 인정치 않고 1옥타브 안의 12개 음에 모두 동등한 자격을 주어 이를 일정한 산술적 규칙에 따라 배열 진행시키는 음악이다.
12음음악은 원칙적으로 작곡가가 미리 정해놓은 12개의 음렬을 되풀이 해서 계속함으로써 구성되는 데 한 음이 연주된 경우 나머지 11개의 음이 연주되지 않고는 그 음으로 다시 되돌아 올수 없는 식이다.
이 규칙에다가 12음렬의 역행렬, 반행렬, 다시 반행렬의 역행렬등으로 변화시켜 하나의 음렬로부터 총 48개의 다른 음렬을 만들어낼 수 있게된다. 처음 이 기법이 발표되었을 때는 인간의 예술적인 직관과 감성을 무시한 지적인 이론의 산물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쇤베르크는 자신이 '12개의 서로 연관된 음만을 사용한 작곡방법'이라고 명명한 12음기법은 조성음악을 거부한 새로운 작곡방법답게 당시로서는 전대미문의 충격파를 가져왔다. 쇤베르크의 12음기법에서는 피아노 건반의 12개의 음이 모두 동등한 비중을 가지고 나타난다.
12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원형 '음렬'은 뒤집어지기도 하고 거꾸로 연주되기도 하면서 다양하게 변주되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음도 강조되지 않고 동등한 비율로 곡에 등장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조성체계에서 확립된 불협화음과 협화음 간의 기능적 구성은 12음기법에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불협화음은 꼭 협화음으로 해결되어야 할 당위성이 사라졌다. 이를 쇤베르크는 '불협화음의 해방'(Emanzipation der Dissonanzen)이라 칭했다. 그리고 이 12음기법을 처음으로 전면적으로 도입한 곡이 바로 1921년에 작곡한 <피아노 모음곡> Op.25이다. 프렐류드, 가보트, 뮈제트, 인테르메쪼, 메뉴에트, 지그의 6곡으로 이루어진 <피아노 모음곡>은 전체 연주시간이라고 해봐야 기껏 20분도 되지 않는 소품이다. 그러나 12음기법을 구석구석까지 적용한 이 '소품'은 음악사에 자신의 이름을 거대하게 새기게 된다.
쇤베르크의 '12음기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여러 작곡가들이 무조음악을 시도했지만 기존 조성음악의 화성법이나 대위법처럼 확립된 작곡방법이란 것이 없었다. 쇤베르크는 '12음기법'을 통해 '무정부주의적' 무조음악에 새로운 '십계명'을 내린 모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