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 촛불의 밤'은 일본의 환경관련 NGO인 '나마케모노 클럽'과 '대지를 지키는 모임' 등이 주축이 돼 2003년 여름 시작됐다. '전기를 끄고, 느림의 밤을'이란 슬로건 아래 환경과 느림의 철학을 접목시킨 자발적 환경·문화운동이다.
운동이라고 하기엔 뚜렷한 목표나 정해진 방식, 지정된 공간도 없다. 일정 시간 동안 자발적으로 참가하며, 다양한 형태로 즐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축제에 더 가깝다. 행사기간에 밤 8시부터 2시간 동안 일제히 전기를 끄고 대신에 촛불을 켜서 평상시와 다른 시간을 보내는 것만이 유일한 규칙이라면 규칙이다.
촛불을 켜고 할 수 있는 일들
일단 전기를 끄고 나면 거기에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전기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전기를 끄고 난 후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전기를 끄고 촛불을 비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자. 둘러앉아 촛불 아래에서 식사를 하자. 촛불 아래에서 음악을 듣자. 촛불 아래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자. 촛불을 켜고 욕조에 몸을 담그자. 촛불을 비춰 편지를 쓰자. 촛불 아래에서 파티를 하자. 촛불 아래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자.
어떤 이는 소등운동으로, 다른 이는 환경운동으로, 또 어떤 이는 평화운동으로 이 행사에 참여한다. 에너지절약, 자연보호, 느린 생활, 라이프 스타일의 재고, 지구온난화 방지, CO2삭감, 대량소비 재고 등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의미를 담아 이 운동에 동참하면서 매년 그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이 운동의 계기가 된 것은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난 '자발적 정전운동'이다. 자발적 정전운동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부시가 에너지 정책으로 내놓은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에 반대해 일어났다. 이것이 호주를 거쳐 일본에 알려졌고, '나마케모노 클럽'이 이에 동참했다. 다음해인 2002년 10월 26일 원자력의 날에는 '대지를 지키는 모임'이 합세해 2시간 동안 전기를 끄고 촛불을 켜자면서 6만 명의 회원들에게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참가자들에게 받은 감상문을 통해 이 운동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들은 2003년 6월 22일 '제 1회 100만 명 촛불의 밤'을 정식 출범시키기에 이르렀다. 민간에서 시작된 운동은 급물살을 탔다. 시민단체, 작가, 예술가, 환경성, 기업, 지자체, 공공시설 등이 참가해 2300여 개의 시설물이 소등에 동참하게 된 것.
주최측의 홈페이지에서 소등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동참이 어떤 결과를 이뤄내는지 여부도 알 수 있는데 '캔들스케이프(candlescape)'가 그것으로 캔들스케이프는 소등행사 참가자가 일본 지도위에 자신을 하나의 불빛으로 그려 넣을 수 있는 장치로, 등록란에 자신의 우편번호를 넣고 메시지를 입력하면 지도 위에 그 지역의 불이 켜진다. 등록하는 참가자가 많을수록 지도위의 불빛은 더욱 환해진다. 전기를 끄는 사람이 많을수록 실제로는 더욱 어두워지는 것과는 정반대다.